2. 포스트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설명하고, 그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논하시오.
18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계몽주의는 프랑스혁명의 단초가 되었다. 하지만 혁명이 실패하고 부르봉 가의 왕정복고 이후 문화계에는 낭만주의가 주류를 이뤘다. 또한 계몽주의에 대한 반발로서 역사주의가 등장하였다. 이들 철학 사조는 계몽주의가 인간의 본질과 이성에만 관심을 기울인 것을 비판하면서 구체적인 개인과 역사적 개별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성은 역사적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수정될 수 있는 상대적인 것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낭만주의 사조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달로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였다.
19세기 말 모더니즘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바탕으로 등장하였다. 사회에서 봉건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전통적인 가치를 해체하고자 했다. 계몽주의의 연장선으로서 이성주의, 개인주의, 합리주의가 강조되었다. 문화계에서 모더니즘 예술가들이 낭만주의에 대한 반대기제로 보다 새롭고 실험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미술계에서는 피카소의 큐비즘, 음악계에서는 쇤베르크가 대표적이다.
한편, 이 시기에 언어학의 한 분류로서 구조주의가 등장하였다. 의사소통은 발송자와 수신자 사이의 메시지의 발송과 반송이라는 피드백의 과정을 거친다. 이 상호작용이 사회학의 범주에 포함된다면 발송자와 수신자의 의식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 속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에 주목하는 것이 바로 언어학(기호학)이다.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에서 메시지는 대부분 시청각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언어학적 기호는 의사소통의 핵심 요소이다.
소쉬르는 이 언어학적 기호를 랑그(Langue)와 파롤(Parole) 2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랑그는 사회적이고 체계화된 언어로, 파롤은 개인의 구체적으로 발화된 언어로 정의하면서 랑그만이 기호학의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랑그 안에서 기호를 기표(signifiant)와 기의(signifié) 2가지가 결합된 것으로 보았다. 기표는 청각 이미지의 총체이며, 기의는 지시체에 대한 개념을 의미한다. 이때,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자의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양이(cat)에 대한 개념이 [고양이] 혹은 [kæt]이라는 발음의 심상과 연결되는 것에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없다. 즉, 기호의 의미는 그 자체로 어떤 본질적인 속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호들 간의 관계에서 나타난다. 이처럼 언어를 하나의 체계로서 관념적 요소 간의 관계를 통해 설명하는 것을 구조주의 언어학이라고 하며, 이러한 접근방식을 보다 넓은 범위에서 하나의 철학 사조로서 확장된 것이 구조주의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경험은 철학 사조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쳤다. 전쟁을 막지 못한 기성 권력, 기존의 사회구조에 대한 회의감이 사회를 지배했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의 사회 혼란상이 계몽주의에 대한 회의로 발현된 것처럼 세계대전의 참상은 모더니즘과 이성주의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다. 모더니즘의 이성이 절대적이었던 것만큼 이성은 곧 절대적인 기준, 규칙, 통제를 의미하기도 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의 절대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다양성과 자율성을 강조하였다.
포스트구조주의 또한 구조주의를 극복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모더니즘의 근간에 절대적 이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면 구조주의는 개체간의 관계와 구조로 인해 원인과 결과가 정해지는 결정론적인 사고가 내포되어 있다. 포스트구조주의는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원인과 결과가 정해지는 구조를 해체하고 각 개체가 가지고 있는 주체성이나 우연성을 주목한다. 구조주의에서 말하는 구조가 안정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포스트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은 체계나 이성에 대한 절대성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고, 과거를 보더라도 계몽주의보다는 낭만주의와 더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은 일률적인 기준에 따른 타자화를 거부하고 다양성을 강조하였는데 포스트구조주의에서도 타자(others)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개체 간의 관계에 따라 의미를 파악하는 구조에서 어떤 개체와 이웃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크게 바뀔 수 있다. 이성에 대한 믿음이 감성을 타자화하여 불신하는 것은 아닌지, 구조를 기반으로 한 결정론적 사고가 사회의 역동성이나 우연성을 무시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20세기 제국주의 열강들이 스스로를 문명으로 정의한 것이 그 외의 지역과 문화권을 야만으로 타자화한 것과 같다. 포스트구조주의는 이러한 텍스트와 의미체계를 해체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구조주의는 유사한 부분이 많고 완전히 나누어서 구별하기 어렵다. 실제로 대표적인 철학자들의 이름을 보더라도 미셸 푸코, 들뢰즈, 자크 데리다 등 겹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구분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에 대한 부정으로부터 시작했다면 포스트구조주의는 구조주의(모더니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구조주의라는 철학의 기반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었고, 구조주의의 기반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학, 미술 등 문화계 전반을 아우르며 20세기 말의 시대정신으로, 거대담론으로서 작동한 폭넓은 개념이었다는 차이도 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구조주의를 구분하기 어려운 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이 어떤 고정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포스트모더니즘 철학 자체가 그러한 용어 정의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포스트구조주의는 철학이나 사회학에 속하는 이론으로 보다 좁은 의미를 갖는다. 음악이나 미술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포스트구조주의나 후기구조주의를 굳이 이야기하진 않는 것과 같다. 넓은 의미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안에는 포스트구조주의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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