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가주의 비평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하고, 그 비평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영화비평이나 드라마 비평을 작성하시오.
예술작품에는 작품을 만든 사람의 개성이 반영된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작가주의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을 곧 한 편의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작가주의라는 용어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1954년, 프랑스의 영화감독 겸 평론가 프랑수아 트뤼포가 자국의 영화비평 잡지에서 '작가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1960년대 초, 미국의 영화이론가 앤드류 사리스가 이를 '작가론'이라고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프랑스에서 해당 용어가 탄생한 이유는 누벨바그로 명명된 1950년대에서 60년대의 영화 트렌드가 프랑스에서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기존 영화 제작 시스템은 할리우드와 스튜디오 시스템이 대표적이었다. 영화 제작사의 진두지휘 아래 정해진 스튜디오에서 정형화된 무대와 흥행이 보장된 이야기 등 오랜 기간 대중의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영화를 생산하는 것에 염증을 느낀 영화인들은 감독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가 중심의 영화를 갈망하였다. 직역하면 '새로운 물결'인 누벨바그는 기존의 영화 문법에 대항하여 개방성, 즉흥성 등을 표현하였다. 사회적으로도 검열이 완화되고 영화 제작비가 사전에 지원되는 등 신인 감독들이 독립영화를 보다 활발하게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감독의 개성이 영화에 많이 드러나게 되면서 영화계는 작가, 곧 감독에게 주목하여 감독을 중심으로 영화를 비평하게 되었다.
작가주의 비평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당시에 B급 영화 감독이라는 명칭으로 저평가되었던 앨프리드 히치콕, 존 포드 등이다. 비평가들은 이들 감독의 영화에서 시각적인 특징이나 카메라 워킹, 편집 등에 대해 분석을 통해 감독들의 스타일을 찾았다. 영화 예술은 일반적인 미술작품이나 문학작품과는 달리 큰 규모의 예산과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투입되어 감독의 독창성이나 예술성은 때로는 다듬어지게 된다. 영화를 만들 때에 효율성을 최적화 한 모델이 바로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이런 영화 산업 속에서 뛰어난 감독들은 여러 한계점을 극복하고 이용하면서 영화를 만들어냈다. 작가주의 비평은 대중영화와 예술영화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대중영화에서도 감독을 통해 예술성을 발굴해내어 영화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데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한계도 있는데,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낸 공장식 영화가 아닐지라도 영화는 많은 이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때로는 감독의 개성보다는 제작자나 제작진, 제작사나 배우의 개성이 더 돋보일 수 있다. 따라서 영화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작가주의가 언제나 만능일 수는 없다.
영화를 볼 때에 감독이 누군지에 따라 전작과 비교해보면서 감독의 어떤 스타일이 드러나는지, 감독의 세계관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면, 작가주의 비평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비평에서 다룰 작품은 2020년에 방영한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2020년 9월 25일,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원작 소설은 2015년에 발간되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장르는 주인공이 초능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판타지, 주인공의 대척점에 있는 존재가 명확하지 않으며 이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다.
6부작 드라마로, 연출은 여성 영화 감독 중에 대표적인 이경미 감독이다. 이경미 감독은 미쓰 홍당무(2008), 비밀은 없다(2016)를 연출하였다. 감독의 특징은 여성인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에 여성 주인공이 나온다는 것이다. 인류의 반절이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남성이 주인공인 것에 비해 적다는 점, 여성이 연출의 지위에 있는 경우는 현저하게 적다는 점에서 이는 감독의 특징이 되었다.
드라마의 내용을 한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보건교사인 안은영이 자신의 초능력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구한다'. 바로 히어로물이다.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남들에게 자신의 초능력을 들키지 않으려 한다는 점, 초능력이 있다는 것 때문에 제약이 있다는 점, 자신만의 공격무기가 있다는 점 등이 모두 히어로의 속성에 부합한다. 그러나 안은영은 정석적인 히어로와는 다르다. 특별히 사명감이 있다거나 관람객에게 감동을 줄만한 희생적이고 고결한 마음씨가 돋보이는 캐릭터가 아니다. 드라마 속 배우의 얼굴은 예쁘지만 캐릭터 자체의 외형은 아주 아름답지는 않다. 주인공은 회식자리에서 얼굴이 빨개져서 영어를 쓰는 상대방에게 “뭔 소리야 XX놈아 한국말로 해”라며 심통을 부린다. 주인공을 돕고 연애로까지 발전하는 히로인 역할의 한문선생 홍인표는 학교 재단의 상속자면서 주인공이 방전되었을 때 충전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충전 능력은 주인공과 같은 초능력자에게만 발현된다는 점에서 정석적인 파트너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이한 점은, 주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마법적인 능력으로도 파트너의 장애를 고쳐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 나아가 그 장애가 이야기 속에서 결정적인 위기를 불러일으키지도 않는 점에서 장애는 그저 한 인물의 특성으로만 작용한다. 그의 능력을 안은영이 발견하고 흥분하는 장면은 과장되어 보이는 홍조와 커진 눈을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표현하지만 잠시뿐, 안은영은 다리가 불편한 홍인표를 시도 때도 없이 버리고 동분서주하기 일쑤다. 등장인물들이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점은 감독의 작품에서 계속 드러나는데, ‘미쓰홍당무’에서는 주인공의 안면홍조와 대인관계에서 미숙해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다. 이 특성은 코미디의 장점을 드러내면서 등장인물들이 친숙하게 느껴지게 한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도 등장인물의 특성이 여타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생소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공감이 가고, 생각할 것이 많이 남는 드라마이다.
보건교사 안은영 속에서의 청소년은 청소년드라마처럼 풋풋하고, 생기 있고 아름다워서 아련해지는 성질을 갖추고 있지 않다. 징그러워 보인다. 분명히 성인 배우들이 연기했음에도 청소년기 특유의 주근깨와 홍조, 잡티와 땀내가 화면을 뚫고 나오는 듯하며, 화장을 하지 않은 맨 피부와 교정기 낀 치열을 드러내는 것이 가득하다. 청소년기의 2차 성징으로 인한 체취와 열기가 기억나버리는 것이다. 청소년이 비성인으로서 아름답게 연출되는 것이 정석적이라면, 드라마에서는 청소년들 개인이 욕망이 있고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하나하나의 사람이다. 욕망이 구현된 형태인 젤리 덩어리들이 유독 학교에 많은 것도, 옥상 펜스에 홀린 듯이 모두 이끌려서 매달리는 장면도 청소년 시기의 활기 있는 감정을 누구보다 잘 관찰하고 경험했던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장면이다. 청소년 드라마와는 다른 것이, 청소년인 주인공을 둘러싸고 뚜렷하게 대척점에 있는 청소년 악역이 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감독의 전작 ‘비밀은 없다’에서 그 경향을 찾아볼 수 있는데,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딸은 피살당한 피해자이면서 그 전에는 친족에게 협박을 하는 범죄를 저질렀으며, 그 범죄의 이유는 물질적인 것과 친족 혐오에 있다. 단편적인 피해자성이 아니라 복합적이라는 점, 범죄의 이유가 성인이라도 누구나 저지를 수 있어서 공감이 간다는 점에서 미숙하게만 보이지 않는다. 완전무결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이기 때문에 성인이 보호해야 한다는 감독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주인공 연홍은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딸을 살해한 범인에게 복수한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아이들에게 빨리 졸업해버리라는 이야기를 하며 불평하고 출근하기 싫어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를 지키고 있다.
이경미 감독 작품에서는 여성 간의 연대와 관계가 드러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안은영이 남성인 홍인표와 함께하다가 연애한다는 점에서 로맨틱함을 드러낸다. 그 과정 속과 그 이전에는 생물학적으로는 관계가 없지만 언니이면서 엄마와 같은 ‘화수언니’가 안은영의 조력자였다. 어느 한순간을 기점으로 안은영은 화수언니로부터 독립하지만, 캐릭터의 성장을 독려하고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응원을 해주는 캐릭터로 기능했다. 안은영은 힘들 때마다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화수의 침술원을 간다. 화수는 안은영의 넋두리를 들어주면서 에너지를 채워주고 밥을 먹인다. ‘비밀은 없다’에서는 엄마인 연홍과 딸인 민진의 관계가 영화의 시작점이다. 엄마이기 때문에 딸을 누구보다 애타게 찾고, 딸을 살해한 범인이 자신의 남편인 걸 알고서는 관계의 추는 배우자 관계에서 모녀관계로 기울고 복수의 서사가 이뤄진다. 딸인 민진은 엄마에게 “엄마는 멍청해서 자기가 지켜줘야 한다”라는 말을 남긴다. 청소년 특유의 날 서있는 것 같은 말이지만, 엄마로부터 딸을 향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간에 주고받는 애정이 있음을 나타낸다. ‘미쓰 홍당무’에서는 짝사랑하는 여성과 짝사랑 상대인 남성의 딸이라는 범상치 않은 관계로 출발하여 친구가 되며,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성장이 이뤄진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원작 소설 작품이 베스트셀러로서 인기가 많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필두로 하여 정세랑 작가는 근래 가장 인기있는 소설가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토록 매력적인 원작과, 애독자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가상 캐스팅이 높은 싱크로율로 정식 캐스팅이 되었고, 여성 감독으로서 가장 인기 높은 이경미 감독과 원작 작가의 각본 참여, 넷플릭스의 자본력 등이 조화롭게 작용하여 키치한 듯하면서 예쁘고 재밌는 작품이 완성되었다. 앞으로도 여성이 만든 영화가 많이 나와서, 어느 순간 여성영화라는 분류가 의미 없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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