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학개미가 뜨고 있습니다. 일본 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엔화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환율을 보더라도 지금의 엔화는 매우 저렴한 상태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증시에서 미국채 ETF를 매수하여 엔화와 미국채에 동시에 투자하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목차
1. 엔화 환율
우선 일본 엔화의 환율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살펴봅니다.
글 작성 시점 기준으로 1엔은 9.1382원입니다. 2004년부터의 그래프를 보면 세계 경제가 안 좋았던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높은 환율을 유지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우리가 알던 엔저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아베노믹스가 시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정부는 엔화를 풀고 채권을 매입하는 적극적인 완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쳤고, 엔화의 가치 또한 과거에 비해 많이 하락한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최근 5년간의 환율을 살펴봅니다. 엔 달러 환율에서는 최근의 달러 강세가 도드라지게 나타난 모습입니다. 5년 전 대비 무려 22%나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에너지위기가 시작된 2021년부터 약세전환을 한 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3월부터는 빠른 속도로 환율이 하락했습니다. 세계 1위의 LNG 수입국인 일본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취약한 상태였고, 그로 인한 물가상승과 경상수지 악화의 영향을 그대로 받은 것입니다.
엔화는 언제 반등할 수 있는가? 바로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는 환경에서는 엔화 가치가 상승하기 어렵고,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BOJ는 막대한 규모의 일본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국채금리의 상승은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위험이 있습니다. 일본은행의 국채매입 관련 정책에 따라 환율은 큰 변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반면, 물가가 안정되고 저금리 환경이 조성되면 엔화 가치는 상승합니다. 장기적으로 저금리 환경이 다시 찾아온다면 엔화 투자는 나름의 성과를 남길 수 있을 겁니다.
2. 일본상장 미국 ETF
이번에는 미국채 ETF입니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는 아래 글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TLT, IEF, EDV, SHY, SHV 등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채권ETF입니다. 모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품입니다.
※ 미국 국채 채권ETF 알아보기(TLT, IEF, EDV, SHY, SHV)
미국채 ETF는 만기일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단기채, 중기채, 장기채입니다. 만기가 가까울수록 금리에 따른 변동성이 작아집니다. 채권의 시세차익을 생각한다면 장기채도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그런데 왜 엔화 투자에서 미국채 ETF가 나올까요? 바로 일본증시에 상장된 미국ETF를 매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증시는 개인투자자가 투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주식이 100주 단위로 거래된다는 것도 있고, 일본어라는 언어적 장벽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면 S&P500, 나스닥100, 미국채권 등을 추종하는 ETF 상품은 상대적으로 투자하기 용이한 것이죠.
그러면 일본증시에서 어떤 상품을 매수하면 될까요? 일본증시에서는 티커를 4자리 숫자로 표현합니다. 나스닥100은 미국에선 QQQ가 유명한데 일본에서는 2569입니다. S&P500(SPY)은 2563이고, 20년 이상 장기채(TLT)는 2621입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헷지 상품을 사야 엔화에도 투자하면서 해당 ETF에도 투자한 것이 됩니다. unhedged라면 엔-달러 환율이 오픈되어 있는 것인데 그러면 원으로 달러를 산 것이니 미국증시에서 매수하거나 국내상장ETF를 사는 게 낫겠죠.
3. 미국채 ETF를 사는 이유
우선 미국 장기채 ETF인 2621과 엔화 환율 그래프를 살펴봅니다.
왼쪽은 5년간 원과 엔의 환율 그래프입니다. 오른쪽은 미국 20년 이상 만기 국채를 추종하는 ETF 2621이고요. 유심히 보면 두 그래프가 비슷해보입니다. 엔화 환율은 물가와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마찬가지로 장기채도 금리에 따라 가치가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즉, 엔화와 미국 장기채는 상관관계가 높은 자산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이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보는 환율은 원엔환율이고, 미국채 금리에 영향을 받지만 직접적으로 연결된 자산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엔화 환율이 반등한 경우 미국 장기채의 가치도 상승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미국채 ETF에 투자했는데 ETF의 시세차익과 엔화에 대한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미국채는 보통 한국 코스피 증시와 마이너스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한국주식에 100% 투자하는 것보다 미국국채를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서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엔화로 미국채에 투자하면 수익을 보는 상황에서 한국의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하락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자산군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엔화와 미국채를 사두었다가 나중에 수익을 실현할 때는 코스피를 비롯한 원화 자산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환경일 가능성이 꽤 높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호적인 미래만 남아있는 것일까요? 이러한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는 리스크는 더 높은 금리 환경입니다. 하워드 막스가 언급한 상전벽해(sea change)처럼 과거와 다른 고물가 고금리 경제환경이 지속된다면 엔화와 미국채 투자는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투자는 본인의 몫이지만 엔화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일본증시에 상장된 미국 ETF를 매수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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