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난간 가을 초입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낮아진 습도와 선선한 날씨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든다. 즐거운 여행길의 또 다른 이유는 가을에 피는 꽃과 나무 등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가을에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꽃은 바로 꽃무릇이다. 꽃무릇의 다른 이름은 '석산'이라고 한다. 주로 절 근처로 가서 많이 보게 되는데, 사찰에서 조성하기도 하지만 주요 서식지가 산기슭이나 습한 땅이다보니 더 잘 자라는게 아닐까 싶다. 사찰에서 꽃무릇을 즐겨 심는 이유는, 꽃무릇 뿌리를 이용해 탱화를 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꽃무릇으로 유명한 곳은 이번에 방문한 전북 고창의 선운사를 비롯해 전남 영광 불갑산, 전남 함평 용천사 일원사 등이 있다.
고창 선운사는 선운사 안에서만 꽃무릇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운사와 함께 있는 선운산 생태공원에서도 볼 수 있다. 주차장에서 선운사 방향으로 가다 보면 군데군데 군락지가 눈에 띈다. 선운사 경내에 들어가는 입장료는 성인 기준 3천원으로, 경내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조금 서둘러서 생태공원에서 꽃무릇을 관찰하는 것을 추천한다. 10월이 가장 만개하여 아름다울 때라고 들었는데 방문했던 9월 마지막주 주말에는 주요 지점들은 이미 색이 바래고 있었다. 그늘에 핀 꽃들은 여전히 붉었는데, 아마 기온이 낮아서 보다 늦게 피었기 때문일 것이다. 생태공원에서 꽃무릇을 보는 것은 어려워서 선운사 경내의 조금 그늘진 곳을 찾아들어가다 보니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게 되었다.
선운사 무료 입장 기준은 1) 65세 이상 이거나 2)교인증 소유 등이다. 도솔산 선운사는 조계종에 속하기 때문에 함께 꽃무릇을 보러 가는 부모님이나 지인이 교인이라면 꼭 교인증을 지참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교인증 발급 및 유지를 위해서는 연간 15000(만오천)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부지런한 산행으로 건강과 교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같이 챙기시길 바랍니다!)
꽃무릇은 꽃대가 길고 굉장히 화사하게 피어나기 때문에 쉽게 꽃밭에서의 예쁜 순간을 담아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관람객들이 인증 사진을 남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많이 아쉬웠던 점은, 선운사 경내에는 꽃무릇이 심겨진 곳에 분명히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펜스를 넘어가지 않고도 꽃무릇을 관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치고 들어가서 어떻게든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찌나 적극적인 분들이 많으신지 꽃무릇의 꽃대가 꺾이고 짓밝혀져 있는 것들이 많았다.
10월의 대체공휴일을 이용해 꽃무릇을 보고자 하는 분들은 꽃무릇의 절경을 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선운사의 분위기, 그리고 길이 가파르거나 높지 않아 수월하게 걸어갈 수 있다는 점, 생태공원이 바로 붙어있다는 점 등으로 보아 가족여행, 데이트 코스 등으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선운산 공원이 경사가 없고 산책로에 가깝게 가볍게 걷기 좋은 곳이지만, 고도가 있고 식물이 많이 심겨져 있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피부 보호를 위해 긴 바지 등 기장이 긴 하의를 입는 것을 추천한다.
내년에는 좀 더 서둘러서 9월 중순에 고창 선운사에 여행 일정을 잡아서 꽃무릇 절경을 다시 한번 보자는 결심을 하며 선운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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