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대전광역시를 대표하는 단어는 교통이었습니다. 대전(大田), 한밭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원래는 넓은 평지에 논밭이 펼쳐져 있던 농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경부선 철도가 개통하면서 도시가 형성되고, 이후 영남과 호남의 철도가 만나는 교통의 요지가 되었죠. 그리고 영남과 호남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만나는 분기점도 대전에 생기게 되었습니다.
교통이 집중되는 지역에는 사람이 몰리게 됩니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해당 지역의 경제도 발전합니다. 70년대, 80년대 대전의 교통의 중심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음식은 바로 '가락국수'입니다. 열차가 정차하는 시간동안 빠르게 식사를 해결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제격이었던 음식이 국수였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은 변화하게 됩니다. 다양한 식문화가 유입되는 가운데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은 것은 다름아닌 '빵'이었습니다. 한국인의 빵사랑으로 제빵산업의 규모는 계속 커져왔는데, 2000년대 이후부터는 빵의 종류가 다양화되고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오랜 시간 대전에서 자리를 잡고 실력을 키워오던 성심당은 국내 최대의 빵집이 될 수 있었습니다.
성심당은 한 우물 파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 중 하나입니다. 다양화의 시대에 자체 브랜드와 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었기에 순식간에 대전의 상징으로까지 등극합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소위 '근본있는' 가게였기에 가능던 일입니다. 매력적인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하던 수많은 자영업자들과 지자체들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면서 국수를 먹던 문화는 이제 성심당에 들려서 튀김소보로 한 상자를 들고 가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문화와 이야기가 갖는 힘을 느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함께 성심당의 빵들을 살펴볼까요.
성심당의 대표메뉴는 누가 뭐래도 튀김소보로입니다. 대전을 방문하면 튀김소보로를 사가는 것이 마치 공식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튀김소보로의 성공으로 여러가지 바리에이션도 생겼습니다. 속에 고구마 앙금을 넣는 튀소구마, 겉에 초코 코팅을 입힌 초코튀소 등입니다.
튀김소보로 다음으로 유명한 메뉴는 바로 판다롱부추빵입니다. 계란과 부추 등으로 속을 넣은 부추빵은 소프트한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튀소는 기름에 튀겨서 바삭하고 팥앙금도 달고 맛있긴 하지만 여러개를 먹기엔 부담스럽긴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부추빵은 아주 좋은 선택이죠. 특히 만두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입맛에 딱 맞을 겁니다.
위 사진처럼 KTX대전역 한켠에는 이렇게 튀소, 부추빵, 튀소구마 3가지 베스트셀러 메뉴만 모아서 빠르게 상자포장으로 사갈 수 있도록 매대가 따로 있습니다. 늘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참고로 상자세트 말고도 튀김소보로, 튀소구마 등 낱개 구매도 가능합니다. 튀소구마는 신제품이다보니 인기가 많아서 금방 매진되버리는 모습이네요.
성심당 베이커리의 스테디셀러 메뉴를 꼽는다면 순수마들렌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관가능한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고, 마들렌의 부드러운 맛에 선물용으로도 제격입니다. 성심당 온라인 몰에서 택배배송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대전에 방문하기 어려워도 생각날 때 주문할 수 있는 좋은 메뉴죠.
그 옆으로는 보문산메아리, 파이만주가 있네요. 보문산메아리빵은 흔히 몽블랑이라고 부르는 빵입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페스츄리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매니아층이 탄탄한 제품입니다. 파이만주는 팥앙금이 들어간 만주인데 간식으로 제격입니다.
성심당에서는 식사용 빵에 해당되는 것들을 따로 모아두었습니다. 시월애무화과, 노아레즌, 통밀빵, 치아바타, S브레드 등입니다. 이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건 치아바타입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했을 때 올라간 메뉴 중 하나가 치아바타여서 '교황님의 치아바타'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파스타나 국물요리 등에 찍어서 먹기 아주 좋습니다.
성심당의 창업자 임길순 씨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처음 은행동 본점의 위치를 정할 때 "성당 옆에 가게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죠. 그래서 성심당 길 건너편에는 바로 천주교 대흥동성당이 위치해있습니다. 대전의 등록문화재이기도 한 곳입니다. 그래서 성탄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팡도르, 슈톨렌, 파네토네 등을 판매합니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먹는 빵들이죠. 특히 슈가파우더를 설산에 눈이 쌓인 것처럼 뿌리는 팡도르(Pandoro)가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빵들이 있습니다. 본점도 아닌 KTX대전역 매장인데도 이렇게나 빵들이 다양하고 많습니다. 그 중에서 몇가지만 소개해보겠습니다. 명란바게트는 성심당 단골들이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명란젓이 짭짤하고 쫄깃한 바게트빵의 맛이 어우러지는 훌륭한 조합입니다. 앙버터와 심버터라우겐은 고품질의 프렌치버터를 고집하여 풍미가 매우 좋습니다. 후렌치파이와 애플파이는 페이스트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빵입니다. 튀소 등에 가려져있지만 성심당이 정말 페이스트리를 잘 만듭니다.
몇년 전에 생크림이 가득 들어간 롤케익 등이 큰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납니다. 순수롤, 순크림빵이 생크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제격인 제품입니다. 특히 순수롤은 원래 케익부띠끄에서 판매하던 제품인데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이곳 대전역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네요.
앞서 소개한 식사빵과 조합하여 샌드위치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치아바타 빵을 사용한 올리브샌드위치, 카프레제샌드위치, 바게트빵을 사용한 튜나바게트샌드위치, 파리지앵 클래식 등이 있네요. 퀄리티 대비 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쌉니다. 훌륭한 빵을 부담없는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것이 성심당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죠.
성심당 대전역점 안에는 성심당 카페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차역 컨셉에 맞춰서 의자는 퇴역한 무궁화호 의자를 재활용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게 내부에 앉아있어도 마치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는 기분이 납니다. 메뉴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카페의 일반 음료메뉴들이 주문 가능합니다.
성심당에서는 자체 브랜드의 우유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바로 성심당 산양우유입니다. 산양유 25%, 우유 75% 비율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우유보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더 강해서 맛있습니다. 산양요거트까지 있으니 빵과 함께 맛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KTX대전역에 위치한 성심당 대전역점을 살펴보았습니다. 훌륭한 퀄리티의 빵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는 대전시민분들이 부러워지네요. 대전역에는 많은 기차가 정차하므로 잠깐 대전에 내려서 성심당을 들렸다가 환승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음에 대전에 방문한다면 꼭 성심당 본점과 케익부띠끄도 들리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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