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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바른 마음 - 조너선 하이트, 도덕심리학이 보여주는 세상

by 개성공장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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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U의 사회심리학 교수인 조너선 하이트가 저술한 대표작이 바른 마음이라는 책이다. 도덕성은 과연 어디서 오는가? 도덕성이라는 개념의 사회심리학적인 근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사람마다 도덕성의 성향 차이가 존재하고, 미국 사회 내에서 이러한 성향차이가 어떤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지, 왜 정치적인 성향의 차이로 나타나는지 설명하고 있다.

 

 

바른마음

 

개인보다는 팀 사이에 건전한 경쟁을 일으키라. 앞에서 맥닐도 이야기했듯이 병사들이 전투에 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까닭은 조국이나 군대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필사적으로 싸우는 건 동일 분대 혹은 동일 소대에 속한 전우를 위해서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단간 경쟁으로 인해 외부 집단에 대한 적의가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내부 집단에 대한 사랑이 훨씬 많이 증가한다고 한다. 회사 부서끼리의 우호적 경쟁이나 교내에서 열리는 스포츠 경기 등 집단 내에서 소집단끼리 경쟁이 벌어지면 분명 벌꿀의 군집성과 사회적 자본이 순증가를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희소한 자원(이를테면 상여금)을 두고 개인 사이에 경쟁이 벌어지게 하면, 결국 조직에서 꿀벌의 군집성과 신뢰는 물론 구성원들의 사기까지 무너지고 만다.

 

성장이 멈춘 사회에서 갈등과 사회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가 성장하는 시기에는 자원이 적더라도 성장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향해 사회 전체가 우호적 경쟁을 하며 달리기 때문이다. 반면, 저성장 상태에 접어들면 과거보다는 자원이 많더라도 정해진 양을 두고 제로섬의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자본은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사회적 자원도 희소한 자원이 된다. 즉, 함께 우호적인 경쟁을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원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곧 능력이 된다.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 다음이다.

사람들은 남에게 자신의 선택을 설명해야 할 때도 뭔가 받아들여질 만한 이유를 찾지만,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했음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도 이러저러한 이유를 찾는다.

 

사람의 뇌는 이렇게 행동한다고 한다. 직관, 그리고 전략적 추론. 문제는 직관이 실제 사실관계나 논리와 다를 때 발생합니다. 직관이 먼저 이뤄지고, 전략적 추론은 나의 직관, 감정에 끼워맞추는 방식으로 동작하기 때문이다. 확증편향이다.

 

 

도덕성은 단순히 피해와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덕성을 평가하는 기준, 가치에는 여러가지 항목이 존재하고, 피해와 공평성이라는 2가지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수 없다는 조너선 하이트 교수의 주장. 이후에 다양한 도덕성 판단기준을 제시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동의하지 않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기준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치라는 것은 무한정 존재하지는 않는다. 인간적인 가치들, 그러니까 내가 인간 본연의 외관과 성격을 유지한 채 추구할 수 있는 가치는 그 수가 한정되어 있다. 그것은 74개일 수도 있고, 122개일 수도 있다. 그 개수가 어떻든 한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원주의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어떤 이가 그러한 가치 중 하나를 추구할 때 나는 그 가치를 따르지 않는다 해도 그 사람이 그 가치를 따르는 지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즘, 그가 처한 상황에서라면 나 역시 그 가치를 따르게 될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 바로 여기서부터 인간적 이해의 가능성이 싹튼다.

 

가치다원주의는 다른 사람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이해하고 납득하는 것이 인간적 이해의 시작점.

 

 

민주당에서는 이들이 이렇게 자신의 경제적 이해에 반하는 식으로 투표하는 것은 공화당의 농락에 넘어간 때문이라고 곧잘 이야기한다. 그러나 '도덕성 기반 이론'에서 보면, 시골 지역과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은 사실 자신들의 도덕적 이해에 따라 투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입맛은 '더 트루 테이스트' 식당에는 맞지 않을 뿐더러, 나아가 자신의 나라가 피해자들을 돌보고 사회의 정의를 실현시키는 데만 매달리는 것도 원치 않는다.

 

사람마다 도덕적 가치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생각하는 바도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상황에도 일견 대입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가치가 특별히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이해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자.

 

 

WEIRD : 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Democratic


조너선 하이트가 만든 신조어, WEIRD.

 

 

WEIRD 특성이 강할수록 이 세상이 관계보다는 별개의 사물로 가득 차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인식에 이런 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고방식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전체적 사고를 하는데 반해(전체 맥락 및 부분 간의 관계를 보는 사고방식), WEIRD권 사람들은 좀 더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초점이 되는 대상을 해당 문맥에서 따로 떼어내 그것을 어떤 범주에 집어넣은 후, 그 범주에 적용되는 사실은 그 대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보는 사고방식)

 

WEIRD에 대해 분석하는 내용을 읽으면 포스트모더니즘이 떠오른다. 위 인용문에서 언급하는 분석적 사고는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구조주의의 사고방식과도 일부 연결된다. 전체 구조와 관계에 따라 의미가 결정된다는 구조주의 철학을 비판하며 생겨난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은 타자화를 거부하고 다양성을 강조한다. 아마 WEIRD의 특성과 이러한 가치체계가 서로 잘 맞는 성향인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덕적 가치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 특히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 상황들에 대한 이해도 늘어났다. 심리학 부분에서는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 다음이다." 이 책에서 단 한 문장만 골라야 한다면 이 문장을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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