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초년생 투자공부

녹색채권(Green Bond)과 EU 택소노미

by 개성공장 2022. 10. 4.
반응형

그린 본드(출처 : 연합뉴스)

 

녹색채권(Green Bond, 그린본드)는 재생에너지, 탄소감축, 에너지효율화 등 친환경 활동과 녹색산업에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채권입니다. 이와 관련된 용도 외에는 자금의 사용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녹색채권의 규모는 약 2.1조 달러 수준으로 발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각국에서 정책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채권 발행량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2021년에는 약 6천억 달러가 발행되며, 2020년 대비 100%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ESG,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주요 자금 조달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많은 관심을 받는 채권이지만 투자처가 제한되어 있다보니 주로 신용등급이 매우 높은 세계은행이나 국제기구에서 주로 발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은행, 전력회사 등 민간기업에서의 발행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발행처가 확대되면서 여러가지 논란도 발생해왔습니다. 채권을 발행할 때 녹색채권에 대한 기준과 원칙은 존재합니다. EU GBS(EU Green Bond Standard)와 같은 녹색채권기준에 따라 규정을 지켜서 채권이 발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운영에 대한 규제가 없다보니 실제 투자자금이 본래 취지에 따라 친환경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검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실제 기업들이 발행한 녹색채권이 친환경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된 비율은 10~20% 수준입니다. 그 외의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대상이 정말 친환경 목적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친환경이 아닌데 친환경 포장지를 씌우는 그린워싱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여 녹색채권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의 사후관리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으로 EU택소노미를 활용하여 기업이 발행한 녹색채권이 실제 친환경 목적으로 투자되었는지 판별하는 것입니다. 현재 EU GBS에는 택소노미 관련 규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EU택소노미가 시행되는 2023년 1월부터는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올해부터 유럽연합 및 유럽 국가들은 EU택소노미와 연계된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EU 택소노미(EU Taxonomy)

 

그러면 EU 택소노미에서는 친환경 사용 여부를 어떻게 판별할까요? 3가지의 기본원칙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통해 택소노미 인정 여부를 판단합니다. 첫번째는 환경목표에 기여했는지 입니다. 기후변화 대응, 온실가스 감축, 물 자원 보전, 자원순환, 환경오염 방지,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6가지 환경목표 중 하나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DNSH(Does not significantly harm), 6가지 환경목표 중 다른 환경목표에 대한 심각한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가령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목표에 기여하더라도 생물다양성 보존에 큰 피해를 준다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MSS(Minimum social safeguards), 아동노동 및 강제노동, 인권침해, 문화재 파괴 등의 사회적인 최소 기준을 준수해야 합니다. MSS는 상당히 정치적인 판단기준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만든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처럼 위구르에서의 인권침해 행위를 명분으로 중국의 태양광 등 산업에 대한 무역장벽이 될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점차 많은 기업들이 비재무공시에서 환경, 사회적 책임, 인권, 경영투명성 등의 ESG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투자하거나 발행한 채권의 녹색 비중도 공시하는데 앞으로는 해당 기업의 Capex에서 EU택소노미에 부합하는 채권 비율까지 공시하며 관리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미 발행된 녹색채권들의 입지에는 좋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EU택소노미의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기 발행된 녹색채권들이 EU택소노미를 만족하지 못한다면 녹색채권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발행된 녹색채권들의 평균 만기는 약 8년이며, 20년 이상의 만기를 갖는 채권도 상당합니다.

 

내년부터 EU 택소노미가 시행되면 녹색채권 시장도 택소노미 기준에 맞춘 채권들로 시장이 재편될 것입니다. 향후 기업들의 녹색경영 활동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존 녹색채권들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적절한 공시가 필요해보입니다.

반응형

댓글